거시경제

소득주도성장

2018.10.02

조회수 8,499

(개념) 소득주도성장은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여 성장잠재력을 회복하려는 정책(’18.9.6, 청와대 브리핑)

 

   ○ 소득주도성장은 세 개의 축으로 구성, ①가계소득을 높이고, ②가계의 생계비를 줄여 가처분소득을 늘리며, ③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해 실질적인 소득증대효과를 높이는 것(’18.8.26, 청와대 브리핑)

  • [기고] 누가 소득주도성장에 돌을 던질수 있는가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출처 : 경향신문 (2018. 8. 30)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언론, 정치인, 일부 학자까지 가세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뒤흔들고 있다. 이 정부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도산·폐업·감산이라는 충격에서 출발했다. 이명박·박근혜 집권 동안 우리 경제는 산업 구조조정과 혁신기반 확충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가계부채는 늘고 내수경기는 추락했다. 누가 새 정부를 맡든 경제 살리기가 가장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예상했다. 이를 두고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를 바꾸라고 하는 것은 이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 선택을 부정하는 행위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기조는 경제성장이 국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비정상적인 경제구조를 바꿔보자는 명료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우리 경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 일본의 90%에 가까워졌지만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일본의 70%를 조금 넘는다. OECD 회원국 중 국민들이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하는데도 말이다. 경제성장에 비례해 국민 삶의 질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이 무시되어온 탓이고 그 결과는 몇몇 재벌가문이 지배하는 세습족벌 자본주의,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최저 출산과 고령 빈곤이라는 오명이다. 이제는 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 한다. 대기업과 협력기업들 간의 공정한 거래관계가 확립되어 고용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중소기업들의 숨통이 트여야 임금도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공정경제는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이 된다.

    더불어 기초생계 보장, 안전한 근로환경과 적정한 근로시간 등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노동시장의 규율이 확립되어야 한다. 규율이 느슨하면 기업은 인권과 생명까지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그 결과가 ‘헬조선’이다. 느슨한 규율을 꼭 죄려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근로감독과 사회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소득주도성장의 다른 한 축이다. 이를 통해 반인권적 비용 감축 경쟁의 패러다임을 기술혁신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혹자는 소득주도성장이 경제이론에 반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적어도 지난 20여년간 많은 경제학자들이 소득분배의 개선과 사회복지 강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말해왔다. 이른바 포용적 성장은 국제통화기금(IMF), OECD 등 대표적인 경제협력기구들이 발간하는 보고서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돼왔다. 소득주도성장은 포용적 성장을 내포한다. 소득성장과 혁신성장이 보완적으로 작용, 산업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때 지속적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모범적인 선진국 발전의 역사가 그러했다. 
     

    소득주도성장이 시장경제를 무너뜨린다는 주장도 거짓이다. 기초 경제학 교육에서 강조하는 시장경제는 공정한 시장경제다. 이는 소수 독과점 기업의 시장 지배력 행사를 최소화해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질서를 표방한다. 공정경제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고, 세습족벌이 온갖 횡포를 일삼는 나쁜 자본주의가 아닌 경제학에서 교육하는 진정한 ‘자유시장경제’가 작동되게 하자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한국 경제의 체질 변화를 필요로 하는 장기적인 정책기조이다. 우선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제도, 그리고 노동시장 규율이 강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상당 기간 동안 상생 발전의 사례들과 관행들이 축적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최근 통계청 경제지표들에 근거해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라는 식의 주장이 나온다.

    이는 자료에 대한 이해를 생략한 무의미한 비판이다. 설사 자료에 객관성이 있었더라도 단기적 부작용으로 장기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국가경제의 전환기를 짧게 하려면 정부는 현재의 재정여력을 십분 활용하여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 물론 이런 단기적 처방이 작동하지 않아 내리막을 마주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상을 향한 노정을 중단해서 되겠는가.

     

  • [포럼] 경제학자들의 직무유기


    홍승일 중앙일보디자인 대표     * 출처 : 중앙일보 (2018. 8. 30)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오피스텔 건물 4층에 오르면 승강기에서 내리자마자 ‘서울사회경제연구소’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수십㎡ 넓이로 연구소라기보다 개인 연구실 분위기다. 이름도 생소한 이 자그마한 연구소가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산실이다. 연구소 창립자인 변형윤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의 아호를 딴 세칭 학현(學峴)학파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문재인 경제철학의 설계자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전 경제수석)이 이 원로 진보학자를 사사했다. 전임 청장의 경질 파문 속에 부임한 강신욱 통계청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이 이곳 출신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학현과의 유대가 깊다. 이들에겐 해외유학을 많이 갔던 1980년 대에 서울대에 남아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마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10년 만에 진보 경제정책의 싱크탱크로 다시금 부상했다.
     
    홍 위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인 최저임금 급격 인상이 자영업계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자 정책홍보에 뒤늦게 뛰어들어 언론사 문턱을 분주히 드나들고 있다.

    그에 비하면 경제학계, 특히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주류(主流) 경제학계의 분위기는 잠잠한 편이다. 신문 기고나 방송 좌담을 통한 비판 등 파편적 개인 활동만 간간이 눈에 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 점검 성격의 국제심포지엄을 6월 개최한 적은 있지만, 정책 시행 1년 넘도록 민간 학계에서 이에 관한 학술대회 한 번 번듯하게 열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경제이론에 반하는 요설(妖說). 국민은 생살 찢기는 실험실 쥐 신세.”(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소득주도 성장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런 경제실험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국민이 깨달을 수 있도록.”(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 같은 저주스런 비판들이 공론의 장에서 알맹이 있는 학문적 논쟁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처럼 처음 해보는 정책, 그르칠 경우 성장과 고용 면에서 막대한 국가적 비용을 치러야 할 정책을 시행 초기에 면밀히 검증하고 바른길로 이끄는 것이 경제학의 임무”(김병연 서울대 교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경제학 동네는 논쟁 실종이다. 1970년대 미국 케인스학파 대 시카고학파의 통화주의 논쟁, 2008년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을 둘러싼 폴 크루그먼과 그레고리 맨큐의 논쟁처럼 국익을 위한 최고 지성들의 날선 공방이 절실하다.  

         
    주로 미국에서 박사를 딴 해외유학파 경제학자들이 명문대 교수 임용, 테뉴어 획득에 목매느라 해외 연구저널 논문 게재에 몰두하는 동안 상당수 국내 박사인 서울사회경제연구소 학자들은 25년 넘게 매월 한 번씩 한국경제 세미나를 이어왔다. 오는 14일 오후 여기서 열리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1년 평가’(발표 나원준, 경북대 교수) 월례 토론회도 주목된다.
     
    경제학계가 풀어줄 숙제는 많다. “소득주도 성장은 이론적으로 무의미한 동어반복”(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라는 비판, 실제적으로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척박한 비즈니스 환경을 도외시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책인 데다 과속 페달까지 밟는다는 악평까지 나온다. 여건을 돌보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했다면 무책임한 정부이고,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한 정부다. 과연 성장 정책인지, 아니면 분배 정책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미사여구 정치구호인지도 규명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성장과 고용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수치로 따져보는 실증 작업은 공허한 말싸움을 잠재울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학이 ‘우울한 학문(맬서스)’으로 남을지, 아니면 ‘사회과학의 여왕(사무엘슨)’ 자리를 되찾을지 경제학자들 하기에 달렸다. 

  • [기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 출처 : 한국일보 (2018. 8. 29)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가운데 최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란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성장률 저하, 분배 악화 등의 원인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목하고, 아예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를 요구하는 야당도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당면한 더 큰 문제는 나쁘지 않은 성장률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의 온기가 어려운 계층까지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지표들을 보면, 성장률 및 수출 등이 결코 이전 정부나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나쁘지 않지만, 서민 가계는 여전히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고용에 있어서도 고용보험 피보험자 통계를 보면 지난 7월에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4만 명이 증가해 4개월 연속 30만 명대의 증가 폭을 유지하는 등 괜찮은 일자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임시ㆍ일용직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또한 최근에 발표된 소득통계에 의하면 평균가계소득과 임금소득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 1ㆍ2분위 소득이 감소하는 양극화 현상이 확대됐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면 소득주도성장은 폐기해야 할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불균형의 완화를 위해 꾸준히 추진해야 할 정책인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대두된 배경에는 양극화에 대한 깊은 반성이 있다. 신자유주의 기조 하에서 기업, 자본, 이윤 중심의 경제 운영을 지속한 결과 빈부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는 더 확대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양극화는 만성적 수요 부족, 노동력의 질 저하, 혁신의지 약화의 경로를 통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마저 잠식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에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대안적 성장론으로서 ‘포용적 성장’이나 ‘임금주도성장’을 주장했으며 프랑스의 피케티, 미국의 스티글리츠와 같은 학자들은 학계의 담론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줌으로써 수요 기반을 확충하고 이것이 기업의 매출과 투자로 이어지게 해 국민경제 전체를 균형 있게 성장시키려는 정책이다.
     

    최근 비판을 받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최저임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이 있다. 우선 소득 자체를 늘려주는 정책이다.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주는 방법이고, 또 최근 발표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소득 확대도 이 영역의 정책이다.

    두 번째는 가계의 지출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이다. 근로자와 소상공인들의 의료비를 줄여주는 ‘문재인 케어’나 치매국가책임제, 가구의 주거비를 줄여주는 신혼부부 및 청년 임대주택사업, 온종일 돌봄 정책, 일반 가계의 교육비와 통신비 절감 정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이다. 실업에 직면하거나 은퇴를 해서 소득을 얻을 방법이 없는 경우에도 국가가 국민들의 생계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가계소득과 연관성은 낮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한 축에 해당하며, 향후 꾸준히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사실 소득주도성장은 엄밀히 말하면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됐던 정책이다. 농가소득을 증대시킴으로써 취약부문의 소득분배를 개선하거나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정책들도 광의로 보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하나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양극화 완화를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추진한 3종의 가계소득 증대세제(근로소득 증대, 배당소득 증대, 기업소득 환류) 역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제대로 정책화해 추진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간의 경험을 거울삼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공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 [기고] 기업 살려야 진짜 일자리 늘어난다


    백자욱 창원대 교수(창원미래성장포럼 대표)      *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8. 7. 14)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다.  투자와 소비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그나마 호조를 보이던 수출은 꺾여버렸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같은 친(親)노동 행보로 인한 ‘일자리 참사’의 그늘도 걷힐 기미가 안 보인다. 미국과 금리가 역전돼 급격한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상 유례없는 미·중 무역전쟁의 삼각파도가 덮치기 직전이다. 이런데도 기득권 노조는 여전히 파업 타령이다. 정부는 규제개혁엔 손도 대지 않은 채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만 붙잡고 있다.

    케인스의 균형 국민총수요이론은 ‘Y(국민소득)=C(민간소비)+I(투자)+G(정부지출)+NX(순수출)’로 구성된다. 여기서 소비를 나타내는 C가 늘어나면 국민소득 Y도 증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로 대변되는 I가 식어가고 있는데 정부지출 G를 일방적으로 늘려서 C를 높이려 한다면 결국 그 순환고리가 끊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G를 버텨줄 충분한 세금이 걷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C가 올라가면 올라간 것만큼 기업의 투자로 이어져야 일자리가 늘고 양질의 소비가 는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은 뒷전이고 어떻게 하면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에만 몰두하고 있다. 청년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1년에 900만원을 지급해주고 나면 3년 뒤 그 청년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사업주는 늘어난 임금을 감당 못 하게 되면 그 청년을 해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청년은 백수로 돌아갈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3년간 기술을 익히고 일을 배우면 사업주가 청년을 고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만원도 아니고 월 80만원의 임금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틸 청년이 몇이나 되겠는가.

    답은 나와 있다. 청년 고용에 대해 임시방편으로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을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을 늘리는 것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이고, 제조업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때일수록 대학이 제대로 된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다져나가야 한다. 그것이 속도는 느리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다지는 비결이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논리도 간단하다. 미국에 팔 물건은 해외가 아니라 미국 내에서 만들게 해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임금이 싼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기업은 이제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내 일자리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비결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결국 미국 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볼 수 있다.

    잘못된 정책은 빨리 수정해야 한다. 재벌을 ‘적폐’라고 하며 간섭하고 못살게 굴기보다 그런 대기업을 열 개, 백 개 더 생기게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기술이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하루빨리 기업들이 연구하고 투자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면 소비가 증가해 결국은 소득이 증가한다는 거시경제의 기본이념을 인식하기 바란다. 경제성장의 엔진이 차갑게 식어버리면 집권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도 하루아침에 떨어진다. 기업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 [사설] 정치권의 성장논쟁, 더 치열하게 해보라


    *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8. 9. 18)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경제정책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그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대체할 성장 담론(談論)으로 ‘국민 성장론’을 제시한 데 이어 연이틀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민 성장론’은 정부 주도의 소득주도 성장과는 달리 경제운용을 시장 자율에 맡기고,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게 골자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제1 야당의 토론 요구를 정치 공세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흘려듣기엔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 고용, 투자, 성장 등 경제 성적표가 어느 하나 정상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8월 고용동향’에서 확인됐듯, 취업자 수와 청년실업률 등 각종 고용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자인 김광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 대통령 경제멘토들에 이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정부 정책기조가 고용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성장통”이라며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계의 잇단 문제 제기와 산업 현장의 아우성을 외면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소득주도 성장을 일종의 성역으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자칫 적절한 정책 시기를 놓쳐 한국 경제가 고용 부진과 소비 위축, 경기 침체 장기화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과 집권당을 견제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제1야당의 논쟁을 주도권 경쟁으로 치부하면서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정치권의 치열한 논쟁은 정책 실패의 근원을 찾아내고,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그래야 정책 오판과 실패 가능성을 줄여 바람직한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성장 논쟁’이라면 더욱 그렇다. ‘협치’를 얘기하는 정부·여당이 야당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이 협력해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책 효과도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성장 논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 [사설] 소득주도성장에 매몰 말라는 대통령 경제자문 수장의 고언


    * 출처 : 매일경제신문 (2018. 9. 3)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던졌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구의 수장을 맡고 있는 데다 이른바 J노믹스를 설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인 만큼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김 부의장은 최근 악화 일로를 거듭하고 있는 경제지표에 대한 진단과 함께 일선 현장에서 감지되는 민심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성장은 사람 중심 경제의 한 부분"이라며 "소득주도성장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사람 중심 경제라는 큰 틀에서 얘기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SNS에 `잘못 기획된 정책의 잘못된 결과를 모두 세금으로 메꾸려 한다`고 글을 올린 바 있다. 또 지난달 페이스북에는 "최저임금 이슈로 1년을 보내는 사이 경제 체력이 나빠지고 외부 환경도 악화됐다"며 "경제 운용의 기본 구조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썼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김 부의장의 고언을 소득주도성장을 변경하거나 폐기하라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애써 부인했지만 이미 공개된 몇 차례의 언급을 보면 어떤 취지인지 충분히 읽힌다. 작금의 한국 경제를 보여주는 여러 지표는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

    투자는 20년 전 외환위기 수준, 고용은 10년 전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는 동반 하락세다. 기업의 경기심리와 개인의 소비심리는 새 정부 출범 전 탄핵 정국 수준으로 뒷걸음질했다. 김 부의장이 지난 5월 이미 경기 침체의 초입 국면이라는 진단을 한 바 있는데 여러 지표를 보면 들어맞는 셈이다.


    하지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경제참모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도그마를 고집하다 더 큰 험로를 만나게 해서는 안된다. 김 부의장의 고언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사설] ‘소득주도성장 기조’ 재확인, 성과로 국민 믿음 얻어야


    * 출처 : 한겨레 신문 (2018. 8. 26)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파상 공세에도 정부 여당이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추진에 더욱 체계적이고 과감하게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영상축사를 통해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고, 이해찬 새 대표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는 ‘대기업 중심 경제’라는 과거 패러다임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대기업 중심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와 양극화 심화라는 ‘복합적 위기’를 불러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낙수 효과’가 사라지면서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등 각 분야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그 결과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


    소득주도성장은 저소득 가구의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살려 기업 투자와 고용 확대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복합적 위기에 대한 처방인데, 겨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안도 없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과거의 대기업 중심 경제로 다시 돌아가자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또 최근의 고용과 소득분배 지표 악화 책임을 모두 소득주도성장에만 돌리는 것도 과장됐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신성장 산업의 발굴·육성 지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성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장기간 누적된 결과로 보는 게 맞는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마치 경제가 곧 파탄 날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지나치다. 최근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혼재돼 있다. 취업자 증가나 설비투자 등은 부진하지만 수출은 계속 호조를 이어가고 있고 소비도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소득주도성장이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갑’의 고통 분담을 끌어내지 못한 탓에 최저임금 인상은 ‘을과 을의 싸움’이 됐다.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졌고 임시·일용직의 일자리가 줄었다. 또 주거·의료·교육 등 핵심 생계비 경감과 근로장려금 확대·기초연금 인상 등 사회안전망 확충이 늦어지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만 부각됐다. 가계 지출을 줄여 실질 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이나 복지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정책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혁신성장과 공정경제가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반감시켰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신산업 분야 규제 완화, 중소벤처기업 육성, 재벌 경제력 집중 완화,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근절, 동반성장과 상생경영 촉진 등이 필요한데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경제정책의 ‘투 톱’인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갈등이 정책 불신마저 키웠다. 깊이 반성해야 한다.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인데 걸핏하면 불협화음을 내니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얘기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정책은 결국 성과로 평가받는다. 정책 방향이 옳더라도 현실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만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세 바퀴가 조화롭게 굴러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교한 정책 수립, 일사불란한 팀플레이,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 [사설] 소득주도성장 정책 오작동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 출처 : 한국일보 (2018. 5. 30)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당초 ‘긴급 경제점검회의’로 예고됐다. 그 동안 시행된 각종 저소득층 소득 확대책에도 불구, 1분기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오히려 역대 최대치로 감소하고 소득격차도 커진 것으로 나타나자 소득주도성장 정책 전반을 재점검하는 자리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장관들과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핵심참모들이 모두 참석해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했다.

    우리 경제는 1분기 성장률 1.1%를 기록, -0.2%까지 가라앉았던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급반등했다. 전체 가계소득도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하지만 24일 발표된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가계소득은 월평균 128만6,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0%나 감소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반면 5분위(상위 20%) 가계소득은 1,015만1,700원으로 9.3% 증가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소득 양극화 정도는 그만큼 더 커졌다. 특히 1분위 가구에서는 이전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근로소득을 앞질러 정부 지원에 따른 소득 증대분보다 고용사정 악화의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는 걱정스런 분석을 낳고 있다.

    저소득층 소득 확대책은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이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 소득 지원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고, 나아가 경기 회복과 투자 확대의 선순환을 이룬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작 저소득층 소득이 추락한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고령화 때문일 수도 있고, 경기 요인일 수도 있고, 도ㆍ소매 숙박 음식 업종과 일용직 고용이 많이 줄었을 수도 있어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인지는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업계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이 영세업체의 고용 회피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저소득층 고용안정성을 해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김영란법’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부정적 영향이 확인될 경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회의에서는 일단 ‘오작동’ 정책의 전환 가능성보다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정확한 원인 진단과 정책 수정 등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시급하다 

TOP